"이젠 마스크도 국가안보 물품…팬데믹으로 무역 개념 달라져"

켄들 로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송재용 AOM분과회장 대담

무역활동에 경제적 요소만큼 사회적 현상도 중요해진 시대

美 노동시장에 한계 분명
대선서 어떤 후보가 이기든 급격한 리쇼어링은 어려울것

◆ 2020 전미경영학회 ◆

켄들 로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글로벌 교역에서 경제적인 요소만을 고려할 수 없고 사회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로스 교수는 제80회 전미경영학회(AOM·Academy of Management) 행사 참석을 앞두고 송재용 서울대 교수(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회장)와 가진 이메일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역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경제 협업 구조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마스크, 의약품 등을 국가 안보 관점에서 보게 됐다"며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이런 물품의 공급 취약성에 대해 미국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로스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중 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느냐와 무관하게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 국내 리턴)은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봤다. 정치적인 싸움에서는 미국 내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 리쇼어링이 화두지만 미국 노동시장의 한계로 이를 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그는 "상당수 미국 기업은 현지 내수시장을 위해 진출했기 때문에 리쇼어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로스 교수는 1986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국제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34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온 국제경영학 대가다. 특히 글로벌 교역과 관련해 다양한 사례를 연구해왔고,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국제경영교육연구소(CIBER)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로스 교수는 올해 '아모레퍼시픽 우수 교육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가 뛰어난 업적과 혁신을 추구한 교육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다음은 송 교수와 로스 교수 간 대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미·중 간 무역전쟁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보나.

▷로스 교수=다가오는 미국 대선이 미·중 관계와 글로벌라이제이션, 특히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확실하다.

큰 변수가 되겠지만 이것은 단순히 '바이든 대 트럼프'의 이슈가 아니다.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기지의 재배치가 놀라운 성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팬데믹 사태로 그런 재배치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내려졌다. 단순히 경제적인 요소만을 고려하면 불충분하고 사회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장갑, 마스크, 의약품과 같은 소비재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보게 됐다. 이런 현실 인식은 당을 초월해서 일어났다. 어떤 선거 결과가 나오든 간에 이런 물품들의 공급이 취약하다는 점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게 됐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무역 정책에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로스 교수=당선되면 국경을 넘어선 인적자본의 흐름을 새롭게 정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시장경제에 기반한 글로벌 교역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으로 미국의 동맹이었던 국가들을 핵심 파트너로 생각하고 다시 포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교역과 투자에 있어서 인프라 기능을 하는 규범과 프로토콜을 만들어 나가는 국제기구 등을 다시 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철학은 시장 자유화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시킬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