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채용, 공채 앞질렀다…취업문 더 좁아질듯

공채 비율을 줄이는 이유에 대한 인크루트 질문에 '공채보다 수시충원 채용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34.8%)'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경영환경 변화로 신입보다 경력직을 우선 선발한다(32.8%)'와 '코로나19 여파로 공채 선발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된다(27.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대졸 신입 구직자에게는 '취업의 문'을 뚫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선발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고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기업이 하반기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기존 상·하반기 정기 채용에서 연중 상시 선발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전체 신입사원 인원의 70%를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사 조직이 아닌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뽑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그룹 단위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핵심 계열사는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사업부서에서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에 적극 관여하며 필요 인원만큼만 뽑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하반기 실적 반등도 어렵다는 그룹 안팎의 우려가 커 실제 채용 규모도 확 줄었을 것으로 취업준비생과 취업포털은 추정한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대규모 인원 선발의 창구였던 공채 계획 축소는 곧 채용 규모 감소로 직결된다"며 "하반기 공채 신입을 뽑겠다고 답한 기업도 모집인원은 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채용 계획이 없거나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잡코리아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4년 대졸 신입직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47개사 중 '채용한다'고 밝힌 기업은 29.2%였다. '채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35.4%, '아직 하반기 채용 여부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이 35.4%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포스코와 SK그룹은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이달 말 공채를 시작할 예정이며 SK그룹은 그룹공채를 통해 9월 중하순부터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들 기업도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 일정과 방식 등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9월에 하반기 채용이 이뤄지는 만큼 현재로서는 채용 일정과 방식 등이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취업문이 좁아진 데다 수시로 바뀌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형 절차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만큼 구직자들은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수시채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의 직무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제 채용공고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일정을 확인하면서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 황순민 기자 / 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