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박운임 사상최고…HMM '쾌속 질주'

지난 2분기 2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HMM(옛 현대상선)이 3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흑자 전환의 주역이던 유럽 노선 운임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들어 최대 매출처인 북미 노선 운임이 연일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달 28일 기준 1263.23으로 5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4월 말 저점 대비 54.4% 오르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 들어 북미 노선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서부해안 노선은 FEU(40피트 컨테이너 단위)당 운임이 3639달러로 관련 수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156%에 달한다. 미국 동부해안 노선 운임도 FEU당 4207달러로 고공 행진 중이다.

이처럼 운임이 치솟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선사들이 선복량(적재능력)을 줄인 상황에서 3분기 들어 북미 노선 화물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특히 미국에서 재난지원금이 풀리며 소비가 증가해 화물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선사들의 화물 적재율이 100%를 기록하면서 웃돈을 줘도 화물을 선적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화주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추석을 앞두고 제조업체들이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선복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HMM은 지난달 말 동남아 항로에 배정된 46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척을 부산~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투입하는 등 북미 노선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북미 노선 화물 수요 증가는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됐다.

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주정부가 마스크 등 개인 보호장구를 대량 구매하고, 이동제한과 재택근무 확대로 미국 소비자가 외식과 여행을 줄이는 대신 상품 구매를 늘리면서 전자상거래 관련 물품 수요가 증가한 것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HMM 관계자는 "3분기 들어 미국 재난지원금 특수로 생필품과 인테리어 소품, 특히 전자레인지 등 소형 가전제품 운송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최근 북미 노선 선박 추가 투입도 소형 가전제품 관련 화주들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노선 영업 호조에 HMM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북미 노선은 HMM의 최대 매출처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이 35.5%로 유럽(15.7%)의 2배가 넘고, 인도와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25.3%)나 남미·호주·러시아 노선 등을 합한 것보다도 높다.

타 지역 업황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노선은 2분기 700달러대 초반~800달러대 후반을 기록했던 TEU당 운임이 최근 1000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4월 TEU당 400달러대 초반에 머물렀던 중동 노선 운임도 800달러를 돌파했다.

HMM은 기존 선박 대비 효율이 뛰어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5월부터 잇달아 유럽 노선에 투입하면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주요 글로벌 선사 역시 북미 노선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스위스 MSC는 최근 북미 서부해안 노선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HMM이 포함된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는 PN3와 PN4 등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결항했던 서비스를 속속 재개하고 있다.

[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