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추천 릴레이

실천하는 여자님의 바톤을 받아 아이 그림책 세 권 추천합니다.

늦은 밤, 잠든 아이들의 어두운 방에서 몇 권의 책을 골라봤네요. 아무래도 오늘 못올리면 계속 늦어질 것 같아서. ^^;

아무래도 미국에 있다보니 아이들 한글 교육이 신경 쓰여서 저자가 외국인이어도 한글책을 많이 사놓은 편이예요 지금도 자기 전에 꼭 한글로 된 동화책 2-3권 읽어주고 있고요. 다행히 아이들도 한글 책을 좋아하네요. 아무래도 한글로 읽어주었을 때 혼신을 다하는 엄마의 연기력이 더욱 살아나서 그런것 같아요.

동화책 읽어주는 시간 = '나는 배우다' 라고 생각하는 시간. ^^

1. <마당을 나온 암탉>

사실 이 책은 아이 낳고 제가 읽고 싶어서 사 본 책입니다.

양계장에서 알을 낳는 난용종 암탉인 잎싹이는 닭장에서 평생을 아무 의미없이 살아야 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양계장 밖의 삶을 동경하죠.우여곡절 끝에 밖의 세상으로 나오게 된 잎싹은 우연한 기회에 오리의 알을 품게 되고 그렇게 되고 싶었던 엄마가 됩니다.

본능적으로 모성깊은 어미가 된 잎싹과 달리 알을 깨고 나온 청둥오리 초록이는 자신과 다른 모습의 엄마를 꺼리고 피하려 합니다. 그러함에도 자신의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받아주는 잎싹의 모습이 짠하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족제비로부터 자신의 영원한 아기를 지키기 위해 매번 있는 힘껏 용을 쓰는 잎싹이의 모습은 지금 봐도 울컥해지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떠나는 초록이를 응원하는 잎싹이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도 떠오르고요. 마지막 자신을 노리는 족제비에게 이미 엄마가 되고 싶다는 원을 다 풀었으니 네 아이 배를 채우라며 자신을 내어주는 모습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엄마가 되어서 본 책 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책이네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면 좋은 동화책. 애니메이션도 나왔었다 하는데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나중에 한 번 보려합니다.

2. <커스티는 다 알아> <터널>

작가 앤서니 브라운 책은 워낙 유명하죠. 저 또한 그의 대부분의 책은 다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들은 한글판으로 샀어요.







현실의 삶은 냉혹하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자신의 모든 주변 환경을 멋지게 바꾸어 생각하는 커스티의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지는 <커스티는 다 알아>. 누추한 아침 식탁이 화려한 생일상으로, 수퍼마켓 점원인 엄마는 멋스러운 가수로, 백수인 아빠는 멋진 과학자로 만들어내는 커스티의 공상과 자신을 놀리는 노라넬슨에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상상속에서 두꺼비로 만들어보이는 커스티의 긍정의 힘이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어른의 눈에서 보면 한 편으로 마음 짠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동심으로 바라봤을 때는 커스티의 기발한 상상력, 정말 '쿨'한 것이죠.

<터널>은 본래 영어책으로 있었지만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자주 다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한글로도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샀었어요. 노는 것부터 관심사까지 너무 다른 두 남매. 그러나 터널 속에서 몸이 굳어버리는 등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사이좋은 오누이로 거듭나는 스토리. 이 책을 보고나서 우리 아이들이 한 동안 '터널' 비슷한 것만 보면 '들어가보자' '무섭다' 등 엄청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방학 이후 하도 붙어있어 그런가 요즘들어 가끔 둘이 티격태격하는 것 같은데 내일 좀 읽어줘볼까 싶네요.

3.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10살이 다 되도록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어는 바로 '똥'이 아닐까요.  첫 아이 두 돌이 될 때부터 여지껏 사랑받는 책. 오늘 오전 배깔고 엎드려 둘째 아이가 이 책을 보며 똥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에 넣어봅니다.





자기 머리에 똥을 싼 범인을 찾기 위해 흥분하며 길을 나선 두더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라는 그의 고함이 시작되면서 부터 아이들을 낄낄거리느라 바쁩니다. 각 동물마다 보여주는 각기 다른 똥 모양, 소리와 함께 매 페이지마다 나름의 운율까지 얹혀주니. 비위약한 나는 처음에는 '뭔 이런 책이 다 있나' 했는데 이젠 하도 읽어서 "철퍼덕! 철썩! 쫘르륵! 뿌지직!" 등  감칠맛 나는 똥 의성어와 의태어 표현으로 애들 웃기는데 달인이 됐네요.

4.<What do you do with a chance?><What do you do with a problem?> <What do you do with an idea?>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어동화 시리즈도 올려요.  Kobi Yamada 시리즈로 '새로운 아이디어', '기회', '문제' 등 우리의 삶 속에서 이 것들을 만날 을 때의 대체해야할 자세들에 대해서 동화적으로 매우 쉽고 재미있게 풀어놨어요. 사실 주제들이 추상적인 것들이어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예쁜 그림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얘기로 풀어주니 좋더라고요. 당연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너무 좋고요.  인스타그램에 <What do you do with an idea> 책에 대해서 줄거리 간단하게 올린 적이 있는데 관심있으신 분은 참고하세요. (@april_kidsbooklife)



사실 소개하고 픈 좋은 책이 많은데 오늘은 눈에 보이는 몇 권만 올리고 추후에 또 기회되면 올릴께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쩜 이리 짬이 잘 안나는지...

항상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는 저와 달리 꾸준한 부지런함으로 누구보다 자기 관리를 잘 실천하고 계시는 라라라이스님께 다음 순서를 넘깁니다.

아이들에게 동화 읽어주기 습관 챌린지까지 하셨는데 기대되네요. ^^ 바통 받아주세요~ 쑝!